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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도서-6]북《아동문학》에 나온 단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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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4-06-11 08:47 조회5,98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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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아동문학 작가 김흥식이 쓴 단편소설 '첫번째 자리는 군더더기가 없이 앞장서서 가는 사람은 자만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는 아버지의 말을 되새기면서 노력하는 한 아동의 심리를 묘사한 작품이다. 이 작품을 통해 북녘 동포들의 가정생활과 가정교육의 한 면을 들여다 볼 수 있다. 그래서 민족통신 편집진은 이번 여섯번째 추천도서 글로 이 아동문학에 올라온 단편소설을 추천한다.[편집실]  


잡지 《아동문학》주체103(2014)년 제3호에 실린 글



                               *글: 김 흥 식

 

1

 

그건 참 아쉬운 꿈이였다.

호림이는 산만큼 큰 우주비행선을 타고 빨갛기도 하고 파랗기도 한 별들을 수많이 지나치며 어디론가 씽씽 날아가고있었다.…

그런데 진미가 덜컥 그의 꿈을 깨쳐놓았다.

수학문제를 풀다 깜빡 잠든 그를 와락 흔들면서…

《해해. 난 1등- 오빤 2등-》

《뭐?》

호림이의 두눈은 번쩍 떠졌다.

머리도 짱 맑아졌다.

잠기는 천리만리 달아나버리고말았다.

《야, 네가 뭐 1등?…》

《해해. 나 아버지가 준 과제를 다 했는데 뭐.》

《체, 그렇다고 1등인줄 아니?》

《그럼?》

《응- 그건… 그건…》

호림이는 말문이 막혔다.

이런 땐 어떻게 말해야 좋을가?

호림이는 이제야 겨우 소학교 1학년생인 진미가 자기앞에서 1등이라고 소리를 치는것이 막 속이 꼬였다.

호림이도 학급에서 언제나 1등의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데 말이다.

그런데 아버지는 꼴찌한 애한테 주는것처럼 호림이에게 과제를 듬뿍 내주었다. 순간이라도 자만하고 하루이틀 쉬여갈 버릇을 붙이면 자기도 모르게 뒤떨어지게 된다면서…

그래 아직 과제를 다 끝내지 못했는데 그때문에 새끼손가락이 된다면 그건 억울한 일이 아닌가.

《나처럼 힘든걸 공부해야 1등이야.…》

《해해. 난 힘든것두 다 아는데 뭐. 외국어단어들도 척척 읽구 두자리수, 세자리수 곱하기두 잘하는데.》

《그런거 말구 더 힘든거 알아야 돼.》

어떻게 하면 진미를 꼴 먹일가 하고 생각하던 호림이는 요전날 처마밑에 있는 텅 빈 제비둥지를 보며 (제비들은 어디에 가 겨울을 나고 오군 할가?)하고 물음표를 던져보던 생각이 불쑥 떠올라 이렇게 물었다.

《너 제비에 대해 똑바로 아니?》

《새지 뭐.》

《아니, 어떤 샌가 말이야?》

《좋은 새.》

호림이는 진미의 단마디 대답에 기가 막혔다.

그 바람에 감추어두고있던 말이 톡 튕겨져나오고야말았다.

《야, 제빈 철새야.》

《철새?… 그건 뭐나?》

에익! 참참, 맹꽁이같은거.

《철샌 멀리에 날아갔다 오는 새야.》

《해해. 새들은 다 멀리 날아갔다 오는데 뭐. 숲속에 있는 집에 가 밥이랑 먹구 잠이랑 자구 오군 할거야.》

《야! 너… 너…》

호림이는 더 말을 할수가 없었다.

철새가, 제비가 뭐 숲속에 날아갔다 온다구…

그는 한참이나 씩씩 숨을 쉬고야 다시 말을 이었다.

《너 제비 겨울에두 있는거 봤니?》

《아니.》

진미는 머리를 살래살래 젓다가 눈을 반짝이며 두손을 짝 마주쳤다.

《정말! 제빈 겨울에 어디 가있을가?》

《…》

호림이는 입을 열수가 없었다.

제비가 어디 갔다 오는지 그도 잘 알지 못하고있었던것이다.

멀리 남쪽나라에 갔다 온다는 말을 들었지만 그곳이 어디인지?

그는 슬쩍 이렇게 말을 돌리고말았다.

《보라. 너 그걸 모르지? 그러니까 1등은 나란 말이야. 맞지?》

《응.》

어쩔수 없는지 진미는 머리를 까딱거렸다.

호림이의 얼굴은 슬며시 붉어졌다. ·

사실 그는 이틀전 아버지한테 새끼손가락 말만 듣지 않았어도 이렇게까지 승벽을 부리지 않을것이다.

그날 소학반 3학년 수학시험에서 1등한 호림이를 학급동무들은 얼마나 부러워했던가.

집에 돌아온 아버지에게 대뜸 그 자랑을 쏟아놓으니 《허허, 1등을 했단 말이지. 그럴수록 더 분발해야 한다. 너 오늘도 아버지가 준 과제를 다 했겠지?》하고 묻는것이였다.

호림이는 시원하게 대답할수가 없었다.

숙제만 제꺽 해치우고 아버지가 따로 준 학습과제는 전혀 하지 않은 그였던것이다.

《허, 너 참고서공부를 하지 않은 모양이로구나. 1등했다고 자만하면서… 그래가지고 엄지손가락은커녕 새끼손가락도 못되겠다.》

《예?!》

호림이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숙였다.

너무했다.

아버지가 준 과제는 과외참고서들을 가지고 하는 공부인데 수학뿐아니라 자연상식문제도 얼마나 힘들고 까다로운것들인지 모른다.

그런 공부를 수학시험에서 1등한 날 하루쯤 못했다고 어떻게 새끼손가락이 되겠는가. 그리고 하루쯤 머리쉼을 한다고 해서 누가 탓하겠는가.

누구나 그러하겠지만 호림이는 아버지의 칭찬을 특별히 기다리는 애이다.

그의 아버지는 이름난 박사이다.

아들을 자기처럼 박사로 키우려는지 호림이의 공부에 관심이 이만저만 아니다.

결국 이런 아버지의 칭찬을 받는다는건 이제 커서 박사가 될수 있다는 말이 아니겠는가.

얼마전 그는 아버지와 함께 밤하늘을 나는 위성을 구경하며 흠뻑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었었다.

《아버지, 나도 위성박사가 될수 있나요?》

《될수 있구말구. 그저 공부만 잘해라.》

《예. 전 꼭 1등 5점생이 되겠어요.》

《옳다. 너도 텔레비죤에서 보았지. 우리 광명성-3호 2호기가 우주를 향해 솟구쳐오르는 장한 모습을 말이다.》

《예. 봤어요, 아버지.》

정말 그때 온 나라가 얼마나 명절처럼 흥성거렸던가.

경애하는 원수님께서는 몸소 서해위성발사장까지 찾아가시여 과학자아저씨들을 축하해주시고 그들을 제일이라시며 첫번째 자리에 당당히 내세워주시지 않았던가.

호림이는 그런 과학자가 되고싶었다.

그러니 1등을 어떻게 양보할수 있겠는가.

 

2

 

처음 진미는 입속으로 노래를 불렀다.

다음엔 코노래로…

그다음엔 소리를 내여 좀더 크게…

핼끔핼끔 몰래 오빠를 훔쳐보기까지 하면서.

 

제비들이 날아와요

강남갔다 날아와요

 

그만 호림이는 목구멍까지 약이 오르고야말았다.

자꾸 노래를 불러 밸이 꼬여나게 하자는 심보가 분명했다.

요건 보자보자하니까.

《야! 너 나 놀리니?》

《해해. 오빠, 노래 들었나?》

《뭐?… 뭐?…》

호림이는 억이 막혀 더 말을 할수가 없었다.

방금전 진미는 아버지한테 칭찬을 받았다.

《우리 진미가 용타. 학습에서 항상 1등이지만 공부를 계속 열심히 하니 말이다.》

하지만 대신 호림이는 아버지한테 욕을 먹었다.

과외참고서에서 힘든 문제들은 쏙 빼놓고 쉬운것들만 골라한 그였던것이다.

그때문에 벌칙과제를 받고 문제풀이를 하고있는데 뭐 노래를 들었는가구.

《오빠, 이 노래를 내가 왜 불렀는지 알아맞춰봐?》

《매미가 되고파 불렀겠지 뭐.》

《피, 오빠 모르지?》

《뭘?》

《제비가 겨울에 어디 갔다 오는지?》

《숲속에 가 밥이랑 먹구 잠이랑 자구 오겠지 뭐.》

《해해, 그건 내가 잘 몰라서 그런건데… 이젠 나도 안단 말이야, 제비가 어디 갔다오는지.》

《네가?》

《응.》

진미는 머리를 까딱거리더니 어째선지 조선지도를 걸어놓은 벽으로 쪼르르 다가갔다

(왜 그래?)

호림이의 두눈은 둥실해졌다.

《제빈 여기로 날아갔다 와.》

진미는 조선지도의 한부분에 있는 강남군을 가리켰다.

《아니?- 제비가 우리 나라에서 겨울을 난단 말이야?》

《해해, 오빤 그것두 모르나?》

《요거, 네가 허투루 말하니까 그러지.》

《아니야, 이제 내가 노래부르는거 잘 들어봐.》

진미의 작은 입술이 나풀거렸다.

 

제비들이 날아와요

강남갔다 날아와요

 

《?》

《그러니까 강남에 날아갔다 온다는 말 아니나.》

《엉?》

호림이의 눈은 처음보다 더 커졌다.

머리가 기웃거려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제비가 우리 나라에서 겨울을 나는것 같지는 않았던것이다.

《네 말은 틀려.》

《그럼 오빠가 말해보렴.》

《그건 아직 배우지 않았으니까 차차 알아도 돼.》

《모르는거야 그시그시 알고 넘어가야지 차차라는건 또 뭐나.》

진미는 샐쭉거리며 웃방으로 올라갔다.

이어 아버지가 진미의 손을 잡고 아래방으로 내려왔다.

아버지는 제비가 겨울에 어디로 날아갔다오는지 자세히 설명해주고나서 이렇게 말하였다.

《진미의 말이 옳다. 진미처럼 항상 만족하지 말고 하나라도 더 많이, 더 빨리 알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오늘 철새에 대해 공부를 더 하거라. 최첨단과학자가 되자면 교과서에만 매달리지 말고 가능한껏 다방면적인 지식을 쌓아야 한단다.》

호림이는 마음이 고까와져 속이 바글거렸다.

쳇, 아버진 그저 늘 진미편만 들면서…

군학과경연에까지 대표로 뽑힌 호림이가 아닌가.

호림이는 자기를 좀처럼 알아주려 하지 않는 아버지가 도무지 리해되지 않았다.

 

3

 

호림이는 발씬 웃음을 지었다.

(쉬운 문제구나.)

슬쩍 시험장을 둘러보았다.

자기처럼 제시된 문제를 보며 좋아하는 애가 몇명 안돼보였다.

얼마든지 1등 할 자신이 생겼다.

군학과경연이여서 퍽 까다롭고 힘든 문제가 제시될줄 알았는데 처음부터 잘 아는 문제가 나와 사기가 부쩍 올랐다.

그런걸 아버지는 오늘 아침 진미가 호림이에게 꽃송이를 주지 못하게 하지 않았던가. 학과경연에서 그가 정말 1등 하겠는지는 두고보아야 한다고 하면서…

정말 아버진 왜 그런지 모른다:

어째서 자기가 1등이라는걸 도무지 알아주려 하지 않을가?

아마 이 시험장에서 벌써부터 자신만만해서 기뻐웃는 자기를 본다면 생각이 달라질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또 그저 《순간도 자만하지 말고 열심히 공부해라. 더 빨리, 더 많이 알기 위해 있는 힘껏 달려라.》 하고 말할것이다.

글쎄 학급에서 언제나 1등인데 좀 쉬염쉬염 공부를 할수도 있지 않는가.…

맨 마지막문제는 좀 별난 문제가 나왔다.

상식문제인데 철새인 제비와 기러기가 어디에 가서 겨울을 보내고 오는가, 여름을 보내고 오는가 하는 문제였다.

아마 얼마나 폭넓게 공부하고있는가를 알아보기 위해 낸 문제같았다.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렸다.

요전날 제비에 대해 아버지한테서 설명을 들었기망정이지 어쩔번 했는가.

그는 살그머니 시험장을 또 둘러보았다.

교재에 없는 문제라 아이들이 당황해하는 눈치였다.

호림이는 해죽 웃음을 지으며 자신있게 연필을 달렸다.

《제비는 더운 지방에 가서 겨울을 나고 봄에 우리 나라에 날아오는 철새입니다.》

다음은 기러기에 대하여 써야 하였는데 까리까리하였다.

제비처럼 봄에 우리 나라에 오는 샌지?… 겨울에 우리 나라에 오는 샌지?…

야, 그때 철새에 대해 좀더 의문을 품고 더 폭넓게 공부를 해두었더라면…

호림이가 이렇게 연필방아를 찧고있을 때 몇아이가 부지런히 쓰고있는것이 눈에 띄였다.

알수가 없었다.

저 애들은 어떻게 철새에 대해 알고 쓰고있는지?

마음이 조마조마해졌다.

(이러다 1등을 못하는게 아니야. 헹, 저애들은 허튼걸 쓸지도 몰라.)

이렇게 스스로 자기를 위안했다. 그러느라니 호림이는 기러기에 대해 쓰지 못했지만 마음이 차츰 든든해졌다.

 

×

 

호림이의 발목은 무거운 쇠덩이를 매달아놓은것 같았다.

집이 가까와오자 발걸음은 더욱 떠졌다.

얼굴도 확확 달아올랐다.

이런 땐 옛말에 나오는 도사할아버지처럼 변신술이라도 쓸줄 알았으면…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싶었다.

오늘 학과경연에서 그는 6등을 하였던것이다.

믿어지지 않았다.

(내가 6등이라니…)

문득 그의 걸음은 멈춰졌다.

방안에서 외국어단어를 외우는 소리가 들려와서였다.

학습에서 항상 1등인데도 동생은 언제나 만족을 모르고 열심히 계속 공부를 하고있었던것이다.

순간 호림이는 언제인가 아버지가 해주던 말이 생각났다.

《1등이라고 다 첫번째 자리일가? 너처럼 순간이라도 자만하며 더 많은것을 알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진짜 앞자리에 설수 없단다. 이걸 명심하거라.》

옳았다.

왜 아버지가 철새에 대해 더 공부를 하라고 할 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가.

그날 제때에 잘못을 깨닫고 더 폭넓은 지식을 쌓기 위해 노력하였더라면… 더 높은 목표를 세우고 열심히 공부를 하였더라면…

호림이는 이제야 똑똑히 알수 있었다.

자기는 정말 우물안의 개구리였다.

학급에서 1등이라고 언제나 첫번째 자리에 서있을거라고 생각했으니…

순간이라도 자만하거나 다방면적인 지식의 탑을 더 높이 쌓기 위해 피나게 노력하지 않을 때 결코 영원한 첫번째 자리란 없는것이였다.

내 나라, 내 조국을 더욱더 빛내일 큰마음을 안고 지식의 탑을 더 높이 쌓아갈 때, 학급에서, 학교에서 1등이라고 만족할것이 아니라 세계를 향해 더 높은 곳으로 계속 달리고달릴 때 온 세상이 다 아는 진짜 첫번째 자리에 서있다고 말할수 있는것이다.…

호림이는 돌아섰다.

멀리 문이 활짝 열린 군학생도서관이 보여왔다.

그는 싱긋 웃었다.

도서관을 향해가는 호림이의 발걸음은 빨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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