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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구명조끼 서로 묶고 죽음의 공포에 맞선 아이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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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4-04-25 11:22 조회3,99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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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4일자는 [사설]을 통해 "가슴이 천 갈래 만 갈래 찢어지고 넋이 나가도록 비통하다는 경우는 지금 이 순간을 이르는 것이구나. 구명조끼 아래쪽 끈을 서로 묶고 성큼성큼 다가오는 죽음의 공포에 맞섰구나. 서로의 체온으로 추위를 녹였구나. 어디 너희 둘뿐이었겠니. 함께 배 안에 있던 다른 친구들도 그렇게 눈물겹게 추위와 두려움에 맞서지 않았겠니." 며 절규한다. 그전문을  싣는다.[민족통신 편집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사설]구명조끼 서로 묶고 죽음의 공포에 맞선 아이들아…
 
 
가슴이 천 갈래 만 갈래 찢어지고 넋이 나가도록 비통하다는 경우는 지금 이 순간을 이르는 것이구나. 너희 둘의 마지막 모습을 알리는 오늘 아침 경향신문 1면 기사는 차마 제정신을 갖고 끝까지 읽을 수가 없었다. 육지의 바깥바람도 이렇듯 매서운데 차디찬 바닷속에 가라앉은 세월호 안에서는 얼마나 추웠겠니. 스멀스멀 너희들 온몸을 덮쳐오는 시커먼 바닷물은 또 얼마나 무서웠겠니. 그래서 그랬구나. 구명조끼 아래쪽 끈을 서로 묶고 성큼성큼 다가오는 죽음의 공포에 맞섰구나. 서로의 체온으로 추위를 녹였구나. 어디 너희 둘뿐이었겠니. 함께 배 안에 있던 다른 친구들도 그렇게 눈물겹게 추위와 두려움에 맞서지 않았겠니.

너희들 서로의 몸을 묶은 그 끈은 단순히 구명조끼에 달린 부착물이 아니라 단원고등학교라는 공동체에서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과정에서 길러진 연대와 신뢰의 동아줄이었을 게다. 그 줄이 얼마나 질기고 튼튼한지 잠수요원들이 구명조끼 끈을 풀고 끌고 나오려 하는데도 친구와 떨어지기 싫어 물 위로 떠오르지 않고 친구 곁을 맴돌았다고 하더구나. 그래서 우리 어른들은 더욱 고개를 들 수 없을 정도로 미안하고, 부끄럽고, 참담하고, 슬프다. 너희들이 구명조끼 끈으로 서로를 묶는 바로 그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철저한 무능과 무책임, 비겁함과 나약함으로 갈팡질팡하며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다가 결국 너희들을 그 캄캄한 바다 밑에서 구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두고두고 가슴을 칠 일이 한둘이 아니지만 그중에서도 억장이 무너지는 일이 있다. 너희 가운데 한 명이 가장 먼저 침몰 사실을 휴대전화로 알렸는데도 정작 너희들 대부분은 구출되지 못하고 배 안에 갇혀버린 참혹한 사실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아수라장, 생지옥이 세상에 어디 있겠니. 이처럼 무시무시한 죄를 저질러놓고 앞으로 무슨 염치로 법과 질서를 입에 담으며, 국가와 정부의 역할을 운위할 수 있겠니.

너희들을 잃어버린 이번 참사의 원인과 배경을 둘러싸고 정부의 무능과 무사안일, 무리한 출항과 점검 소홀을 낳은 기업이윤 제일주의, 사회 전반의 안전불감증 등 온갖 분석과 해설이 쏟아지고 있다는구나. 해법과 해결책 또한 하루가 멀다 하고 양산되고 있단다. 모두가 정확한 진단이고, 나무랄 데 없는 대책이지만 너희들이 바닷속에서 겪었을 형언할 수 없는 두려움과 고통을 어루만지고 달래주는 데 무슨 도움이 되겠니. 너희들이 영영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없는 바에야 무슨 소용이 있겠니.

구명조끼 서로 묶던 아이들아, 이제는 모든 것 내려놓고 편히 쉬거라. 너희들이 영원히 머물 그곳에서는 배가 뒤집어지는 사고가 발생하거나, 배가 뒤집혀 선실에 갇혔는데도 아무도 구하러 오지 않는 그런 어처구니없는 일은 없을 게다. 해서 이승에서 미처 누리지 못한 즐거움과 복락을 오래오래 너희들 것으로 만들거라. 교실과 운동장에서, 생의 마지막 순간 세월호 안에서 그랬듯이 너희들이 머물 그곳에서도 서로 아끼고 사랑하며 이승의 인연을 이어가거라. 우리들의 잘못으로 너희들을 일찍 보낸 이 세상의 부조리와 불합리가 광정되지 않는 한 다시 이곳에서 태어날 생각은 말아라. 그리고 참으로 염치없는 부탁이지만 우리들이 너희들에게 저지른 죄를 조금이나마 씻을 수 있도록 마지막 기회를 줬으면 좋겠구나. 너희 후배들이 또다시 바닷속에서 서로를 구명조끼 끈으로 묶는 일만큼은 막아야 하지 않겠니. 아이들아, 거듭 미안하고 부끄럽구나. 그리고 너희들을 사랑한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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