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가 신중하게 판단하리라 믿는다” <인터뷰> 만기출소한 이창기 전 <자주민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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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회견 직후 이창기 <자주민보> 전 대표와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 통일뉴스 : 언제 출소했나?
■ 이창기 기자 : 8월 10일 나와서 딱 3개월 됐다. 하도 일이 많아서 3개월 됐는데 3년은 된 것 같다.
□ <자주민보> 폐간 건의 발단은?
■ 보수단체가 원래부터 <자주민보>를 눈엣가시 같이 여겨왔는데, 내가 기소될 때부터 <자주민보>를 정간시키라고 자꾸 서울시에 요구했다.
특히 심재철 의원이 북 공작원과 회합.통신한 이유로 기소됐는데 일단 정간부터 시키고 폐간 절차도 밟으라고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여러 번 요구했다. 보수언론들이 이것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그 다음부터 보수세력들이 전면적으로 나서서 서울시에 고발하고 압력을 넣었다.
서울시청 앞에서 시위하고 플랑카드를 5일 간이나 걸어놨다고 하더라. ‘서울시청 각성하라, 종북시장 사퇴하라’고 외치기 시작한 거다.
□ 기소는 한참 전 이야기인데, 최근에 폐간 절차가 진전된 이유는?
■ 1년 6개월 실형이 선고됐고 대법 확정판결까지 받았는데, 그러면 당연히 대표자격을 잃게 돼 <자주민보>가 없어질 줄 알았는데 대표를 바꿔 운영하고 있다. 나만 대표자격을 잃은 것이니까 다른 기자들이 얼마든지 대표를 새로 세워서 운영할 수 있는 거다. 합법적인 활동이다.
나도 대표자격만 잃었지 변호사와 협의한 결과 기자 횔동은 얼마든지 할 수 있고 해외여행 결격사유도 없다. 지금 바빠서 기사를 많이 못 쓰고 있지만 계속 쓰고는 있다.
그런데 수구세력들이 ‘<자주민보>가 비겁한 편법을 써가면서 유지하려고 몸부림치는데 서울시가 봐줬다’고 비난하자 서울시에서는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는데 봐주고 말고 할 것 없다’고 항변했다가 ‘종북시장’으로 엄청나게 당하기 시작한 거다.
워낙 시위나 데모가 심하니까 고민을 많이 한 것 같다. 서울시 자체로 언론사를 폐간하는 것은 치욕스러운 역사를 남기는 것이니까 그건 차마 못하고 여러 가지 고려해서 사법부에 넘기는 것 같다.
□ 서울시 자체로는 판단 권한이 없나?
■ 서울시장이 행정심판 없이 6개월까지 정간은 시킬 수 있다. 설립목적을 현저히 반복적으로 위반했다고 판단이 들면 심의위원회를 개최해서 결정할 수 있는데, 그건 서울시에서 하지 않은 거다. 대신 등록취소를 법적으로 결정해달라고 행정법원에 소송을 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사전 절차로 청문을 진행했고, 변호사를 통해서 작성한 우리의 변론서를 자세히 제출했지만 하나도 고려되지 않았다.
□ 박원순 시장에 대해 서운함이 크겠다.
■ 박원순 시장의 입장도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하도 보수세력들이 저렇게 난리를 치니까. 차기 시장 선거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양심이고 원칙을 지키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자꾸 물러서고 타협하고 있고 있다는 측면에서는 박 시장의 개인적인 앞날을 놓고 보더라도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자신이 판단한 것도 아니고 박근혜 정부에게 물어봐서 행정소송을 해야 한다니까, <자주민보> 사건에 있어서만은 박근혜 정부의 하수인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통합진보당에 대해서는 무리한 법적용이라고 당당하게 밝히면서 왜 <자주민보>에 대해서는 그렇게 못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 법적 다툼에서 핵심은 무엇인가?
■ 신문법에 발행목적이나 발행내용을 현저하게 반복하여 위반한 경우 최고 6개월 정간 또는 등록취소 심판청구를 서울시에서 행정법원에 내서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돼 있다.
그런데 대선을 앞두고 2012년 5월부터 11월까지 3번 연달아 기사삭제 요구가 왔다. 그 내용이 첫 번째 삭제 요구 이후에 쓴 글이 다시 문제가 된 것이 아니라 이전 글들에 대해 추가로 계속 삭제 요구를 받은 것이다.
서울시가 문체부(문화체육관광부)에 문의했는데, 문체부는 삭제 기사가 51건이므로 반복이라고 해석한 것이다.
□ 유죄를 선고받은 국가보안법 상의 구체적 죄목은 무엇이었나?
■ 이메일 서신을 통한 북한 공작원과 회합.통신과 51건의 찬양.고무 기사 작성 및 게시, 이적표현물 소지다.
□ 북측 공작원과 정말 접촉했나?
■ 법정에서 전면 부인했다. 공작원과 어떤 접촉도 한 적도 없고, 이메일이 어디서 어떻게 나온 지도 모르겠다. 법원에서도 인정된다고만 했지 명백한 증거가 나온 것이 없어 형량이 1년 6월 밖에 안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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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기 전 대표는 현재 <자주민보> 기자로서 활동하고 있다. 기자회견을 취재 중인 이창기 기자.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 1년 6개월간 감옥생활은 어땠나?
■ 감옥이란 게 답답하고, 내가 없음으로 인해 밖에 사람들이 여러 가지로 고생해야 되기 때문에 가슴 아픈 것을 빼놓고 나면 개인적으로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책을 많이 보고 사색을 많이 하고, 그동안 너무 일에만 쫒기다보니까 되돌아볼 여유가 없었는데 충분히 나의 삶에 대해 되돌아보게 되고 그래서 여유가 많이 생겼다.
마음도 넓어지고 여유도 생기고 아내와도 더 관계가 좋아졌다. 모든 게 애틋해지고 그리워지고...
보수세력들이 지금 그렇게 막 반박을 해도 하나도 밉지가 않다. 언젠가는 같은 민족인데 같이 손잡고 통일을 이루고 잘 살아야 되지 않겠느냐 이야기했다.
□ 시인인데, 감옥에서 시도 썼나?
■ 시도 수 백 편을 써가지고 나왔는데 바빠서 정리해서 올리지 못하고 있다.
글도 많이 썼다. 공작원의 지시를 받아 글을 썼다고 하는데 공작원이 절대 들어올 수 없는 곳에서 글을 써서 증명해 보이겠다고 열심히 써서 밖에 있을 때보다 더 많이 쓴 것 같다.
□ 바람이 있다면?
■ 법원에서 설마 폐간이야 시키겠는가 하는 믿음을 갖고 있고, 사법부가 신중하게 판단하리라 믿는다. 폐간은 상상도 잘 안되고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만일의 사태는 대비하고 있다. 국가적 망신이고 대단히 부끄러운 일이기 때문에 사법부에서 잘 판단해주길 바란다.
아직 기소는 안 한 상태이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서울시장은 <자주민보> 변론을 제발 보고 바른 결정을 내려줬으면 좋겠다.
□ 이후 대응 계획은?
■ 변호사가 선임돼 있다. 변호사랑 상의해서 내용적으로 차분하게 준비해나갈 것이다.
□ 더 하고 싶은 말은?
■ 박원순 시장을 압박하는 심재철 의원이라든가 보수세력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데, 아무리 <자주민보>를 미워해도 다 우리 형제, 동포라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하나로 힘을 모아서 우리 민족의 부강, 번영하는 새 세상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 미워하는 마음이 조금도 없다.
그렇게 떼거지로 몰려다니면서 세게 추세에도 맞지 않는 주장을 하는 것은 나라망신이 되는 것이다. 제발 나라 망신을 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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